소리MAD

<울트라 이나즈마> 제작 후기

카이사르_音MAD 2024. 5. 23. 21:52

 

반갑습니다 여러분, 카이사르입니다.

 

 

 

 


 

 

 

 

  약 2달만에 개인작을 업로드했습니다. 오늘은 그 후기를 적어볼까 합니다. 그동안은 여러 기사들을 쓰면서 썼다가 지웠다가 여러 번 고쳐쓰고 준비를 많이 해서 적었지만, 이번 리뷰는 그냥 편하게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쭉 늘어놓도록 하겠습니다. 편하게 읽어주세요.

 

만든 이유

 

  올해 초 휴학을 하고 입영 시기가 5월에서 7월 사이 정도로 정해지면서 약 3개월정도 공백 기간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시간도 많이 남고 해서 열심히 만든 개인작을 만들어 올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만들게 되었습니다. 원래는 실사 북두의 권 소재로 1인메들리를 하려고 했는데 이쪽이 더 끌려서 이걸 만들기로 했습니다.

 

 작년에 <울트라 트레일러>를 듣고 나서 이 노래에 정말 빠졌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질주감있는 노래를 정말 좋아하는데, 이 노래는 그야말로 질주감 그 자체인 노래라서 처음 듣고 바로 꽂혔습니다. 이 작품을 만들 때 나왔던 마사라다의 세 곡 <라이어 댄서>, <자그마한 나>, <울트라 트레일러> 모두 제 취향이었는데, 심지어 만들던 도중에 나온 <(무)책임집합체>까지도 정말 좋아서 그야말로 제 인생 최고의 보카로P가 아닌가 싶습니다.

 

 사실 작년 11월에 이 노래가 나왔을 때부터 계속 들으면서 막연하게 이걸로 음매드를 만든다면 참 좋겠구나 정도의 생각만 하고 있었지 정말 만들 것인지에 대해서는 생각해보지 않았습니다만, 3월 경에 해외에서는 도날드 소재를 사용한 <울트라 루머>, 국내에서는 가챠경연 단품인 <대정령 트레일러> 등이 올라온 걸 보고 이 곡으로 개인작을 도전해볼만하다고 느꼈습니다. 이 두 작품 모두 작업하면서 여러번 돌려보며 많이 참고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울트라 루머>에서는 원본 소재를 활용한 pv 재현이, <대정령 트레일러>에서는 음원의 박력과 원곡 재현, 그리고 처음으로 정석적인 풀버전 울트라 트레일러를 만들었다는 점이 마음에 듭니다. 

 

 특히 저는 이 노래는 만약 만든다면 반드시 풀버전으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을 했는데, 이 노래가 기승전결의 분위기 전개가 참 깔끔하게 흘러가는 노래이니 만큼 그 흐름을 그대로 전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도날드 작품 정도는 깔끔하게 잘 컷트해서 만든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반복해서 듣다보니 이 노래는 버릴 부분이 없다는 생각이 계속 들어서 풀버전으로 만들기로 결심을 했습니다.

 

 소재를 처음부터 우마무스메로 정한 건 아니었고 몇 가지 아이디어들이 있었는데, 처음에는 “블루아카이브를 하나도 모르는 사람이 만드는 블루아카이브 매드”라는 컨셉으로 <울트라 겜안분> 같은걸 만들어 보면 어떨까 싶었는데 이건 구상 짜는 것도 어려울 것 같고 지금 만든 것보다 일러스트 양이 몇 배는 더 필요할 것 같아서 포기했습니다. 그 다음으로는 제가 개인적으로 추억이 있는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게임들 소재를 모아서 만드는 <울트라 시네마틱 트레일러> 라는 아이디어가 있었는데 이건 제목도 절묘하고 저 나름대로 소재 이해도도 꽤 있을 것 같다고 생각은 했지만 막상 그 소재들을 어디서 뭘 따서 합칠지에 대한 아이디어를 떠올리는게 난해해서 폐기했습니다.

 

 여담으로 이건 다른 이야기지만 저는 블리자드 게임 중에서도 하스스톤이라는 게임을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쭉 즐기고 있을 정도로 좋아하는데, 아마 제 인생 전체를 통틀어서 가장 많이 한 온라인 게임이 아닐까 싶을 정도입니다. 입대 전에 마지막으로 만들 작품도 이 울트라 트레일러 개인작과 하스스톤 소재를 쓰는 개인작 중에서 고민하기도 했는데 하스스톤은 우마무스메보다 훨씬 소재를 따는 과정도 번거롭고 구상도 오래 걸릴 것 같아 뒤로 미루기로 했습니다. 저는 이 게임에 대한 애착이 제 채널에 올라온 다른 게임 소재들에 비견할 정도로 굉장히 깊기 때문에 언젠가 꼭 소재로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는데요. 아마 전역 후 언젠가 제 채널에 <울트라 이나즈마> 정도의 정성을 들인 작품이 올라온다면 아마 하스스톤 소재의 작품이 아닐까 싶습니다. 지금 당장으로서는 모르겠지만요.

 

 아무튼 그렇게 이런저런 망상에 가까운 구상들만 이어지다가 우마무스메 소재가 이 노래랑 굉장히 잘 어울리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사실 생각이 들었던 건지 제가 다른 사람한테 듣고 영향을 받은 건지는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만) 말딸 소재를 쓰기로 결정했습니다. 특히 과거 제 채널에 올라온 <시네마>의 경우는 같은 우마무스메 소재이긴 하지만 애니메이션 장면만 사용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애니메이션 매드라고 볼 수 있어서, 이번엔 게임 소재들에 집중한 게임판 소리MAD를 만들어보기로 했습니다.

 

 소재로 사용한 캐릭터인 타마모 크로스는 제가 우마무스메에서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 중 하나입니다. 사실 처음 말딸을 접했을 때 테이오와 더불어 좋아했었는데, 게임을 하다보니 취향폭이 점차 에어 샤커나카야마 페스타, 시리우스 심볼리처럼 목소리 톤이 낮고 성격이 까칠한 것처럼 보이지만 매력이 있는 말들 쪽으로 가고있습니다. 그래도 아직도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 하나 뽑으라고 하면 아마 타마모를 뽑지 않을까 싶습니다.

 

 특히 이 곡을 타마모 크로스로 만들면 잘 어울리겠다고 생각한게, 특유의 비명 지르는 파트가 여럿 있는데 이 캐릭터가 그런 발성을 자주 내는 편이라서 만들때 잘 맞을 것 같았습니다. 실제로 제작할 때도 제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잘 어울려서 아주 좋았습니다. 그 외에도 여러가지 네타 요소가 많은 캐릭터라는 점도 제작할 때 큰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전에 레이튼 교수나 리듬세상을 소재로 썼을 때처럼 이번에도 소재를 구하는 단계부터 시작해야했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는 미리 계획을 세우고 들어갔습니다. 제가 예전에 유희왕의 카이바 소재를 쓸 때는 일본의 다른 제작자분에게 DM을 보내서 소재를 구한 적이 있었는데, 이 경우는 일단 누구한테 부탁드릴지도 애매했고 소재를 구하고 정리하는 과정이 좀 시간이 걸릴 뿐, 방법 자체는 스스로 하기에 어려운 것은 아니었기에 직접 해보기로 했습니다.

 

소재 정리

 

 우마무스메라는 프랜차이즈는 크게 TVA 애니메이션 / 본편 게임 / 그 외 미디어믹스 정도로 현재 구분할 수 있습니다. 그 중에서 타마모 크로스는 아쉽게도 애니메이션에서는 비중이 거의 0에 가까운 캐릭터입니다. 이는 현실에서 타마모 크로스가 활약한 세대가 본편 애니메이션에서 활약하는 주인공 세대보다 앞 세대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거의 유일하게 등장하는 회차가 1기 6화인데 여기서도 스토리적인 부분에 개입하는게 아니라 그냥 학교 축제 에피소드에서 카메오 느낌으로 등장합니다. 뒤에서 설명하겟지만 이 부분과 관련된 원작반영요소도 작품 내에 들어있습니다.

 

 타마모 크로스가 주연 중 하나로 등장하는 미디어믹스가 없는 것은 아닌데, 아쉽게도 그게 현재 만화책으로만 발매된 <우마무스메 신데렐라 그레이>입니다. 그래서 이미지 소재면 몰라도 음원은 기대할 수가 없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신데렐라 그레이의 TV CM에 어느 정도 원작 장면들을 성우들이 더빙한 연출이 있다고는 알고 있습니다만, 이 작품의 구성에 어울리게 들어갈 수 있을지 감을 못 잡아서 없는 소재치고 넘어갔습니다. 그 외에도 4컷만화인 <우마욘>의 애니메이션 판에도 조금 나오긴 하는데 이것도 위와 같은 이유로 들어가진 않았습니다.

 

 그렇기에 타마모 크로스의 음원 소재들을 따기 위해서 본편 게임을 활용할 수 밖에 없는데요. 그래서 이번 기회에 직접 우마무스메 PC 클라이언트 화면 녹화 기능을 써서 소재를 따기로 했습니다. 여기서 제가 새삼 다시 느낀게 이런 서브컬쳐 게임의 인게임 내 도감같은 곳에서 캐릭터 별 보이스들을 하나하나 정리해서 들을 수 있는 시스템이 굉장히 편했습니다. 물론 음매드 만들라고 넣은 기능은 아니겠지만 저같은 사람에게는 굉장히 유용합니다. 

 

 그 외에도 인게임 내의 캐릭터 스토리 컷신, 레이스 장면과 가챠 연출 & 고유 스킬 발동 연출 화면, 라이브 공연 화면 등 게임에서 딸 수 있는 것들은 죄다 녹화했습니다. 모아놓고 보니 일단 넣을게 부족할 일은 없겠다 싶어서 좋았습니다. 그 외 외부 소재들은 실제 경마 레이스 중계 영상과 “우동은 반찬이대이-!!” 장면의 팬 애니메이션 정도 사용했습니다. 특히 저 팬 애니메이션은 만약 없었다면 제가 일러를 다 그렸어야 할 판이라서 참 다행이었습니다.

 

본편 제작

 

 여기서부터는 본편의 각 파트들을 만들면서 어떤 구상을 했는지, 어떻게 만들었는지를 나눠서 설명드리려고 합니다. 저는 원래 이런 일러스트가 들어가는 소리MAD는 영상 작업 전에 우선 필요한 일러스트를 전부 다 그린 뒤에 프로젝트 파일을 만드는 편인데요. 이번만큼은 일러스트양이 좀 많아서, 각 장면마다 제작해야할 때 그 장면에 필요한 만큼만 그리고 제작, 다시 쭉 만들다가 일러스트가 필요하면 다시 그리러 넘어가는 그런 식으로 제작했습니다.

 

  총 몇 장 그렸나 궁금해서 세어보니 217장 그렸네요. 역시 이런 작업은 시간이 남는 사람들이나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도입부는 사실 우마무스메랑 별로 상관이 없는 연출이라 그냥 원본을 넣었는데 만들다가 타마모 크로스랑 관련된 네타 중에 워낙 실장이 늦어서 그동안 다른 캐릭터를 뽑는다는 밈이 있는 게 떠올라서 그냥 쥬얼을 다 써버린 걸 넣었습니다.

 

 

 타마모가 게이트 안에서 기다리고 있는 연출이 나옵니다. 해당 게이트만 9번이라는 숫자가 붙어있는데 이건 앞으로도 줄기차게 나올 1988년 텐노상(가을) 레이스에서 당시 타마모 크로스의 게이트 번호입니다. 뒷부분 음원에서는 우마무스메를 상징하는 노래인 <우마뾰이 전설>의 도입부가 들어있습니다. 제가 말딸 소재로 울트라 트레일러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을 때 처음 떠올린 아이디어가 이 부분에 “우~~~~~” 하는 부분을 넣어야겠다는 것이었는데 제 생각보다 잘 어울려서 참 좋았습니다.

 

 

 본격적인 첫 일러스트가 나오는 부분입니다. 이때만해도 갈길이 멀다고 생각했는데 뇌를 비우고 만들다보니 쭉쭉 만들어지더군요. 의외로 뒷부분의 색이 깨지는 연출과 하늘에 번개 로고가 지나가는 부분이 프리뷰 화면 렉때문에 체크가 번거로워서 고생했습니다.

 

 

 초반 대사나열입니다. 사실 살면서 일본어 소재로 대사나열을 해본 경험 자체가 거의 없었고, 머릿속으로 구상을 할때도 적당히 분위기를 만들 수 있는 대사들을 넣자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어서 채우기 전에는 조금 걱정했는데, 막상 대사들을 채워나가다보니 우연히 박자감 좋게 들어맞는 대사도 나오고 해서 좋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캐릭터를 몰라도 느낌을 바로 알 수 있는 대사 위주로 넣었습니다.

 

 

 연속 츳코미 ZONE 입니다. 타마모를 설명할 때 빠질 수 없는 캐릭터성이 이 츳코미 캐릭터이기 때문에 마찬가지로 구상을 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른 부분 중 하나입니다. 일러스트들은 원작엔 없는 구도들이라 적절히 직접 구상했는데, 처음에 뱀부랑 박신이 뛰어다니는 장면이나 뒷부분의 오구리 먹방씬 등은 봇치 더 록 애니메이션을 참고했습니다. 아마 어떤 장면인지 다 아실겁니다. 특히 먹방씬 트레이싱은 좀 귀찮았네요.

 

 

 첫 하이라이트입니다. 영상은 원작재현에 매우 충실하게 했다는 점만 빼면 별로 할 말이 없기에 음원 이야기를 하자면, 전 요즘들어서 노래하는 소재들의 조교만 하다보니 참 잘 뽑혀서 반대로 노래하지 않는 소재로 조교하라고 하면 굉장히 귀찮은 역체감에 걸려있습니다. 다행이도 우마무스메는 캐릭터들이 라이브 무대에 서는 장르다 보니 타마모의 보컬을 구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습니다. 특히나 주로 사용한 것은 <미스 빅토리아>라는 노래의 타마모 솔로 버전이었는데, 제가 우마무스메 노래중에서도 원래 좋아하는 노래 중 하나였습니다. 들어보면 아시겠지만 참 잘 부르는 것 같습니다. 발성도 강해서 지금까지 만든 다른 음원과 비교해봐도 잘 뽑힌 축에 드는 것 같습니다. 다만 역시나 살면서 만든 음원 중에서 가장 긴 음원인 탓에 하이라이트만 불렀음에도 조교 파트가 너무 길어서 솔직히 발음 조합하는게 힘들었습니다. 거기에 아무리 배경음 제거를 해도 잡음이 남는 경우가 있을 수 밖에 없다보니 그런게 거슬릴 때마다 발음을 다시 교체해서 재제작한 파트가 많았는데, 결과적으로는 만족감이 드는 결과가 나와서 참 좋네요.

 

 

 특유의 댄스 장면인데 당연하지만 그걸 그대로 그려서 재현하는 것은 별로 캐릭터성과도 안 맞고 재미도(보는 사람은 재밌을 수도 있지만) 감동도 없고 저만 힘들기 때문에 다른 방향으로 만들기로 정해둔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타마모 크로스의 여러 라이브 장면을 박자에 맞게 넣고 그걸 실루엣을 따는 연출을 생각했습니다. 물론 이 실루엣 따는 것도 귀찮긴 했습니다. 특히 타마모는 머리에 띠를 두르고 있어서 할 일이 더 많았네요. 이 라이브 장면들은 제가 개인적으로 말딸 라이브에서 좋아하는 장면들 위주로 골랐습니다. 우마뾰이 전설에서 양 손을 들고 오빠는 끝 오프닝 비슷한 자세를 하는게 제 최애 자세입니다.

 

 

 이 노래에서 빼놓을 수 없는 바게트빵 먹방씬인데, 여길 원래는 타마모가 아니라 먹보 캐릭터로 유명한 오구리 캡을 대신 넣어서 빵을 먹게하고 타마모가 그걸 옆에서 츳코미를 걸게 할까 하는게 처음 아이디어였습니다. 그런데 오구리는 타마모와 다르게 목소리가 톤이 낮고 감정 표현이 격하지 않은 캐릭터여서 그 씬의 음성을 그대로 재현하기에는 안 어울리겠다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대신, 원작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을 쓰기로 했습니다.

 

 아까 위에서 설명한 애니메이션 1기 6화에 타마모가 잠깐 나온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여기서 오구리 캡, 타마모 크로스, 슈퍼 크릭 3명이 도넛 빨리먹기 대회를 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사실 개그씬의 탈을 쓴 말딸 애니메이션 특유의 실제 경기 고증이 담긴 장면이지만 설명하자면 또 길어지니 나무위키를 읽으시길 바라며, 아무튼 여기서 빵을 먹는 장면이 잘 어울리겠다 싶어서 바로 차용했습니다. 그래서 바게트가 아니라 도넛이 날라오는 장면으로 바뀐 것입니다. 그리고 여기서 마지막에 도넛을 먹고 끝내는 게 아니라 타마모가 일본의 만담에서 츳코미 역할의 게닌이 보케를 후려치는 용도로 자주 쓰는 ‘하리센’ 이라는 부채로 오구리를 한 대 패면서 끝납니다. 이것도 만들다가 떠오른 아이디어여서 채용했습니다.

 

 

 뒷부분의 감동 파트? 슬픈 파트? 입니다. 이 부분도 타마모 스토리를 기억하는 입장에서 대충 이 장면을 넣으면 어울리겠다 싶어서 바로 넣은 부분입니다. 원작 스토리를 찾아보기 귀찮은 분을 위해 설명하자면, 타마모 크로스가 스카우팅을 당하는데 그 트레이너가 타마모가 재능은 어느정도 있어보이니 노력하면 대충 조금은 이길 순 있겠지 정도로 대충 말하는 것에 타마모가 화가 나 일갈을 하는 장면입니다. 사실 저는 이렇게 스토리 요소가 있는 음매드에서 감정적인 대사를 쓸 때는 솔직히 그 장면에 대한 전말을 전부 모르더라도 그 맥락과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음원적으로 높은 가치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 파트도 굳이 원작을 모르더라도 충분히 느낌을 잘 전달받을 수 있도록 구상했습니다. 여러분들이 어떻게 느끼셨을지는 모르겠네요.

 

 

 그리고 이 부분은 대사나열로 넘어가기 애매해서 조교를 했는데, 우아아~~~ 하는 부분의 발성이 정말 캐릭터랑 찰떡으로 잘 뽑혀서 아주 마음에 드는 부분입니다. 반면 영상은 좀 일러스트 노가다가 있어서 귀찮았습니다.

 

 

후반 빌드업을 위한 레이스 장면으로, 저는 이 레이스 중계 소재가 대사나열하기에 정말 정말 좋은 소재 중 하나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꼭 넣고 싶었습니다. 타마모 크로스의 상징적인 레이스인 텐노상(가을)을 실제 인게임에서 녹화해서 사용했습니다. 도입부의 한글 로고의 경우는 니코동 버전에서도 딱히 수정하거나 하지는 않았는데, 맥락상 다 알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고 딱히 한국인인걸 숨길 그런 것도 없기 때문에 그냥 넣었습니다. 다만 나중에 설명할 번역 관련으로 이 파트에서 조금 애를 먹었습니다.

 

 

후반 하이라이트입니다. 타마모의 포즈가 원곡 pv와 조금 느낌이 다른데, 타마모 크로스의 고유기 스킬의 포즈를 재현한 것입니다. 흔히 라이더 킥과 비슷하다고 이야기하는 자세인데 타마모의 시그니쳐 중 하나라고 생각해서 이걸 하이라이트에서 꼭 재현하고 싶었습니다. 

 

 참고로 레이스 파트 이후로 이 하이라이트가 나오는 맥락도 개인적으로 적절하다고 생각하는데, 잠시 원작 게임 설명을 하자면 타마모 크로스의 레이스 전략은 “추입” 입니다. 추입은 초중반부까지는 다른 캐릭터들의 뒷쪽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막판에 전력을 내서 다른 주자들을 추월하는 전략입니다. 위에서 말한 고유 스킬인 “하얀 번개, 보여 주꾸마!”도 바로 이 막판 스퍼트 타이밍에 발동하는 스킬이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레이스 장면에서 마지막 1코너를 남겨둔 상황에 이 스킬이 발동하는 연출적인 흐름은 참 타마모와 잘 맞는다고 할 수가 있습니다.

 

 

그 뒷부분은 잠시 대사나열을 넣었습니다. 내적인 이유로는 감동적인 빌드업을 위해서 꼭 저런 분위기의 대사를 넣어보고 싶었고, 외적인 이유로는 이 노래의 키가 너무 높아서 원곡 피치로 조교하면 -12피치를 하지 않는 이상 좀 듣기 그럴 것 같아서 앗싸리 대사를 넣었습니다. 

 

 

그리고 여기서부터 일러스트 지옥이 시작됩니다. 사실, 대부분의 달리기 장면이나 선이 회오리치는 장면은 루프가 반복되기 때문에 몇 장만 그리면 문제가 없습니다. 다만 중간의 “저 산 너머에서(山の向こうに) 부분만큼은 미묘하게 장면 디테일이 달라서 돌려쓰기가 불가능해 일일히 그리느라 그 부분이 좀 스트레스였습니다.

 

 뒷부분에서 달리는 곳을 우마무스메 레이스장으로 바꾸는 아이디어가 났는데 이것도 굉장히 보기 좋게 잘 나와서 좋습니다. 그 외에는 대부분 원작을 따라가고 있습니다. 또 이 부분을 포함해서 앞부분의 타마모 크로스가 떨어지는 부분까지, 사실 여러분이 눈치만 못챘지 실제로 그리지 않고 원작 영상을 써서 교묘하게 겹친 부분이 다수 있습니다. 이번 기회에 이런 연출기법(이라고 쓰고 날먹이라고 읽는 기술)들도 알아가는 것 같네요.

 

 

마지막은 1988년의 실제 텐노상(가을) 레이스의 막판 중계 장면입니다. 제가 우마무스메 소재를 쓴다면 꼭 해보고 싶었던 연출이 이런 실제 레이스 중계를 대사나열하는 것이었는데, 그 버킷리스트를 채우게 되어서 참 좋습니다. 특히나 이 레이스 중계는 오구리 캡과 타마모 크로스를 번갈아가면서 외치는 그 질주감이 참 박력있기에 원곡과 잘 어우러진다고 생각이 듭니다. 마지막으로 나오는 일러이자 썸네일에 사용된 특유의 일러스트는, 원작의 스위치를 키는 포즈에서 앞으로 달려나가는 포즈로 바꿨습니다. 

 

 이렇게 개인작을 완성한 시점이 게시이벤트를 한 이틀 앞둔 시점이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 목표는 한국 게시이벤트에만 이 작품을 올리는 게 아니었기에 좀 더 할 일이 있었습니다.

 

일본어 자막

 

 소재와 곡이 정해진 시점에서, “이 조합이라면 니코니코동화에도 충분히 올릴만 하지 않나?”라는 생각은 이미 하고 있었습니다. 그 당시에 니코니코동화에서 4월 게시이벤트에 <초음매드게시이벤트>라는 기획이 예고되어있었는데, 신청자들이 제출한 작품들을 스트리밍을 통해서 상영한다는 기획이었습니다. 그래서 이왕이면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는 시기에 맞춰서 보여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4월 게시이벤트 전까지 만들어야겠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생각보다 훨씬 작업량이 많은 건 둘째치고 제가 제출 신청을 안해서 초게시이벤트에는 투고를 할 수가 없었습니다. 사실 저도 아직까지도 확실히 규정을 안 읽어보긴 했는데 제가 알아본 시점에서는 이미 등록 마감인 상황같았습니다. 무엇보다 제작할 부분도 한 가득 남아있었기에 업로드는 5월 게시이벤트로 미루기로 했습니다.

 

 그 후로 작업을 마무리하고, 니코동에 올릴 일본어 버전을 따로 만들기로 했습니다. 원곡의 가사는 나무위키에도 있는 부분이니 크게 어렵지 않았고, 중요한건 원본이 일본어인 소재들의 자막을 구하는 일이었습니다.

 

 우선 타마모 크로스의 대사들의 경우, 인게임 대사들은 아얘 해외 위키에 아카이브가 싹 다 존재해서 거기서 찾아서 간단하게 쓸 수 있었습니다. 스토리 대사의 경우는 아카이빙은 되어있지 않지만 애초에 유튜브 영상에 자막이 나와있기 때문에 그대로 보고 적으면 되니 이것도 OK. 어려운 부분은 레이스 중계 부분이었습니다.

 

 우선 인게임 중계의 경우인데, 우마무스메라는 게임은 당연히 같은 레이스도 상황마다 전개가 전혀 다르기 때문에 중계가 항상 같지가 않습니다. 그래서 제가 인게임에서 녹화한 상황에 맞는 중계 대사를 다른 유튜브 영상에서 찾으려고 해도, 무조건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렇기에 몇몇 대사는 그대로 찾아서 적을 수 있었지만 딱 하나, 전혀 나오지 않는 대사가 있어서 당황했습니다. 제 기억상으로는 아마 어찌저찌 발음으로 표현을 찾아서 적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실제 중계는 한 술 더 떠서 아예 자막이 없기 때문에, 듣기로만 적어야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다행히도 이쪽은 표현 자체가 어려운 말이 나오지는 않았기에 대부분 적을 수 있었고, 일부 헷갈리는 부분은 파파고 음성인식으로 직접 말을 해서 검색해보니까 잘 나와줬습니다. 그렇게 해서 일본어 버전까지 성공적으로 완성해서 당일 니코동과 유튜브에 동시에 투고했습니다.

 

만든 소감

 

 사실 만든 직후에는 굉장히 떨려서 유튜브 댓글도 안보고 잤고 니코동은 아예 하루 동안 들어가지도 않았습니다. 다행스럽게도 많은 분들이 봐주시고 또 많이 좋아해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긴 시간 들여서 만든 보람이 있었던 것 같아서 다행입니다.

 

 제가 이 작품을 만든 이유는 단순히 시간이 남았을 뿐만 아니라, 항상 고민했던 “나만 만들 수 있는 음매드가 뭘까”라는 질문에 대한 나름대로의 해답이기도 합니다. 퀄리티와 상관없이 자신만의 무언가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처음 합성을 시작했고 지금도 그 마음은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것들을 여실없이 담은 이번 개인작처럼 앞으로도 계속 이런 느낌의 합성 많이 해보고 싶습니다.

 

 또 예전부터 늘 하고 싶었던 해외 분들과의 교류도 할 수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제가 언제 살면서 니코동 코멘트를 제 작품에 받아보겠습니까. 제가 좋아하는 제작자 분들이 제 작품을 봐주시기도 해서 참 감동이었습니다. 역시 저는 관심으로 먹고 사는 사람이 맞는 것 같네요.

 

 앞으로도 한국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무언가에 대한 애정을 깊게 느낄 수 있는 소리MAD들도 자주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듭니다. 그리고 그것보다 개인적인 소망으로는 한국에서 우마무스메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제작자가 많아지면 참 좋겠네요. 언젠간 한국말딸합작같은 것도 생기면 참 좋겠죠. 

 

 당분간 음매드 제작은 어려운 상황입니다만, 여러분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길 때마다 같이 이야기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솔직히 이렇게 힘을 들여서 한 번 음매드를 만들어버리면 앞으로도 이렇게 만들어야한다는 부담이 생겨서 이제 합성은 안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농담이고, 지금처럼 번개같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언젠가 꼭 만들겁니다. 늘 그랬으니까요.

 

 

마지막으로, 오늘 5월 23일은 타마모 크로스의 생일입니다! 생일 축하해!

 

 감사합니다.